서울 버스파업 타결됐지만 아직도 불안한 마음은 남아있다
서울에 살지 않으니 버스 파업 소식은 늘 남의 동네 일처럼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을 들여다보니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시급을 계산하는 기준시간 하나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연간 5000억 원이 왔다갔다 하고, 그 부담은 결국 누군가의 세금으로 메워지는 구조였습니다. 오늘 새벽 파업은 일단 피했지만, 정작 이 논란의 본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1. 오늘 새벽, 파업은 피했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2026년 9월 16일 오전 1시 50분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에 합의했습니다. 전날 오후 2시부터 12시간 가까이 이어진 2차 조정 끝에 나온 결론입니다. 2026년 임금은 3.2% 인상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16일 첫차부터 예고됐던 전면 파업은 전면 철회됐습니다. 서울 시내버스는 평소처럼 정상 운행 중입니다.
다만 이 3.2%라는 숫자를 이번 사태의 결론으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애초 사측이 제시했던 인상안은 10.32%였고, 노조가 요구한 건 별도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176시간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합의된 3.2%는 그 논쟁의 핵심과는 거리가 있는, 일단 파업을 막기 위한 당해년도 임금 인상률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노조는 이날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돈이 많이 걸린 문제는 그대로 미뤄둔 셈입니다.
2. 시급 하나의 계산법 차이가 5000억 원을 가른다
노사가 다투는 건 통상임금을 계산할 때 나누는 기준시간입니다. 노조는 월 176시간(만근일수 22일×8시간, 주휴시간 제외)을, 사측은 월 209시간(주 40시간 근로에 유급주휴시간을 포함한 값)을 주장합니다. 분모가 작을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은 커지고, 여기에 연동되는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도 함께 늘어납니다.
감이 잘 안 잡혀서 임의의 숫자로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월 통상임금을 300만 원으로 가정하면(실제 개별 기사님의 급여가 아니라 계산 구조를 보기 위한 예시 숫자입니다),
- 209시간 기준 시급: 300만 원 ÷ 209시간 ≈ 14,354원
- 176시간 기준 시급: 300만 원 ÷ 176시간 ≈ 17,045원
같은 월급인데 기준시간만 바꿔도 시급이 약 18.8% 오릅니다. 여기에 연장근로수당(통상 시급의 1.5배)까지 더해지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월 30시간의 연장근로가 있다고 가정하면, 209시간 기준으로는 약 64만 6000원, 176시간 기준으로는 약 76만 7000원이 되어 한 사람 몫만으로도 월 12만 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1만 명 넘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측이 말하는 연 5394억 7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어느 정도 납득이 갑니다. 다만 노조는 이 계산에 통상임금과 직접 관련 없는 항목까지 섞여 있다며 반발하고 있고, 실제로 지난해 9호봉 기사 1명의 총급여는 5554만 6533원으로 사측이 예상한 8509만 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두 숫자는 계산 전제 자체가 다릅니다. 사측 수치는 노조 요구가 모두 반영됐을 때의 예상 연봉이고, 노조 수치는 현행 임금체계에서 실제로 받은 급여입니다. 비교 대상이 다른 두 숫자를 나란히 놓고 논쟁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3. 대법원이 176시간을 확정했다는 말, 정확할까
이번 논쟁에서 노조 쪽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게 올해 4월 30일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동아운수 버스기사들이 낸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미묘합니다. 대법원이 함께 파기환송한 부분은 수당을 재산정할 때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노사가 미리 정해둔 '보장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76시간이라는 구체적인 산정 기준시간 자체를 대법원이 직접 확정 지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사측은 대법원이 176시간을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이 부분을 계속 다투고 있고, 동아운수 외 64개사 1만 7000여 명이 낸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입니다. 법원 판단도 지역마다 갈립니다. 부산고법은 지난 7월 209시간이 아닌 230시간을 인정했고, 창원지법 마산지원도 230시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176시간을 인정했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는 말에 가깝습니다. 통상임금성은 확정됐지만, 그걸 몇 시간으로 나눌지는 여전히 소송 중인 문제입니다.
4. 적자를 메워주는 구조, 서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요금 수입이 정해진 표준운송원가에 못 미치면 서울시가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구조입니다. 인건비와 유류비 등이 실비로 정산되기 때문에, 임금이 오르면 그만큼 서울시 지원액도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시는 2022년 8114억 원, 2023년 8915억 원을 지원했다가 2024년 4000억 원, 지난해 4575억 원으로 지원 규모를 줄였습니다. 이 감소는 서울시가 2024년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기존의 사후정산 방식(발생한 적자를 그대로 보전)을 미리 정한 상한선 안에서만 지원하는 사전확정 방식으로 바꾼 결과로 보입니다. 지원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연간 지원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기존 방식이 그만큼 느슨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가 서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같은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인천은 2010년 430억 원이던 재정지원금이 2022년 2650억 원으로 12년 만에 6배 넘게 늘었습니다. 반면 운송수지율(총수입÷총비용)은 같은 기간 88%에서 48%로 떨어졌습니다. 승객이 내는 요금으로는 운영비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방에 살면서 대중교통을 가끔 이용하는 제 입장에서도, 이 구조 자체는 남의 도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준공영제를 채택한 지자체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압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여기까지만 보면 준공영제 자체가 문제투성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대 논리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준공영제는 원래 민영 체제에서 벌어진 노선 간 과당경쟁과 서비스 불안정을 해결하려고 도입된 제도입니다. 비수익 노선까지 공공이 일정 부분 위험을 떠안는 건 준공영제의 설계 목적이지 부작용이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합니다. 서울시가 2024년부터 사전확정제로 전환하고, 사모펀드 등 투기성 자본 진입을 차단하는 조치를 함께 내놓은 것도 이런 문제의식을 서울시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제도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보다는, 이미 시작된 개편의 속도와 강도를 어떻게 끌고 갈지가 더 현실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플라워의 판단기준
저는 서울 시내버스를 직접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서 노사 중 어느 쪽 계산이 맞는지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제 나름의 기준은 이렇습니다. 이런 파업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그때마다 같은 논쟁이 재현된다면, 그건 임금 문제라기보다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법으로든 제도로든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매번 협상 테이블로 떠넘기고 있다는 뜻으로 보고 싶습니다. 그 경우라면 준공영제를 채택한 다른 지역의 대중교통 요금이나 지방재정 뉴스도 조금 더 관심 있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
이번에 미뤄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문제는 동아운수 외 64개사, 근로자 약 1만 7000명의 소송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법원이 최종적으로 노조 측 기준을 인정할 경우 사측이 부담할 소급분과 수당 차액이 최대 약 1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소급 부담이 확정되면 준공영제 구조상 상당 부분이 서울시 재정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번 확정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지출입니다. 3.2% 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진짜 변수는 아직 법원에 남아 있습니다.
확인해볼 만한 것들
서울 대중교통을 자주 쓰지 않더라도, 자신이 사는 지역에 준공영제나 유사한 재정지원 구조가 있는지는 확인해볼 만합니다. 지자체 홈페이지나 열린데이터광장에서 연도별 대중교통 재정지원 규모를 검색해보면, 그 지역의 대중교통 요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이번 파업 철회나 임금 합의가 곧바로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요금은 별도의 심의 절차를 거치며, 이번 3.2% 인상만으로 당장 요금이 오를 근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번 사안에서 눈여겨볼 건 파업 여부가 아니라, 시급 하나를 계산하는 방식이 수천억 원 단위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 자체였습니다. 그 구조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매년 협상으로 땜질하는 지금 방식이라면, 비슷한 소동은 내년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