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표준안 4년, 가짓수는 줄었는데 비용은 늘어 나니 걱정입니다

이번 추석에도 차례상을 직접 준비했습니다. 몇 년째 맡고 있는 일인데, 올해 들어간 비용은 35만원으로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성균관이 2022년에 내놓은 ‘차례상 표준안’을 직접 찾아본 뒤 그 기준대로 간소화를 시도한 결과인데도 그렇습니다. 가짓수를 줄이는 것과 돈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이번에 체감했습니다.

2022년에 성균관이 바꾼 것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차례 간소화’ 기자회견을 열고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기본 음식은 송편·나물·구이·김치·과일·술 6가지, 여기에 육류·생선·떡을 더해도 최대 9가지면 충분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을 부칠 필요가 없다는 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처럼 음식 위치를 정한 규칙이 옛 문헌에 근거가 없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이 발표에 앞서 위원회는 같은 해 7월 일반 시민 1000명과 유림 700명, 총 1700명을 대상으로 차례 관련 인식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도 이 표준안을 직접 찾아본 뒤 상을 줄여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지출은 35만원으로 작년보다 늘었습니다. 표준안이 나온 지 4년이 지났는데, 가짓수를 줄이는 방향은 유지하면서도 지출은 왜 반대로 움직였는지가 이번 글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성균관 표준안대로 간소하게 차린 추석 차례상


가짓수를 줄여도 비용이 줄지 않는 이유

표준안은 ‘몇 가지를 올리느냐’를 정한 기준이지, ‘얼마를 쓰느냐’를 정한 기준이 아닙니다. 6가지에서 9가지로 늘려도, 반대로 9가지에서 6가지로 줄여도 그 안에 들어가는 과일·육류·생선의 단가는 표준안과 무관하게 그해 시세를 따라갑니다. 저 역시 품목 수는 몇 해 전부터 이미 줄여둔 상태였고, 올해 새로 뺀 항목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출이 늘었다는 것은 가짓수가 아니라 품목 단가 쪽에서 증가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표준안을 따랐으니 비용도 줄었을 것’이라는 가정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표준안은 상차림의 형식을 줄여주지만, 명절을 앞두고 오르는 과일값이나 육류·생선값까지 통제하지는 못합니다. 가짓수를 줄이는 것과 총액을 줄이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이고, 하나를 해결했다고 다른 하나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

제 기준은 품목 개수가 아니라 가족이 동의하는 선이었습니다. 몇 가지를 올리느냐 보다, 이번에 차린 상에 대해 가족 모두가 ‘이 정도면 됐다’고 받아 들이는 지를 더 중요하게 봤습니다. 아직 ‘몇 가지 이하로는 더 줄이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하한선은 정해두지 않았고, 그해 형편과 가족 의견에 따라 매년 다시 정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표준안도 결국 가족 합의를 전제로 했다

성균관 표준안 자체도 품목 구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은 가족끼리 서로 합의해 결정하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위원회가 제시한 것은 상한선에 가까운 가이드일 뿐, 그 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올릴지는 각 가정이 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표준안만 검색해서 그대로 옮기면 형식은 맞출 수 있어도, 그 상이 왜 그렇게 차려 졌는지에 대한 가족 내 동의는 따로 필요합니다.

합의 없이 임의로 줄이면 비용보다 관계에서 갈등이 먼저 생길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그런 마찰은 없었지만, 이 부분이 매년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지점이라는 점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습니다. 표준안을 찾아보는 것과 별개로, 그 표준안을 우리 집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미리 가족과 맞춰두는 편이 실제로는 더 중요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확인해볼 것

이번 경험을 정리하면, 내년 추석을 준비할 때 확인할 항목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표준안 자체가 바뀌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품목 수가 아니라 실제 장바구니 단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입니다. 표준안은 2022년 발표 이후 별도의 개정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이 부분은 매년 명절을 앞두고 다시 확인할 계획입니다. 형식은 이미 충분히 줄여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총액 쪽 변화를 더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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